'악튜러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26 목도리
  2. 2001.02.10 악튜러스
posted by DGDragon 2011. 1. 26. 21:21

필자는 목도리를 거의 쓰지 않지만, 1개 갖고 있는 건 있다.

그동안 거의 안 썼기에 장롱 안에 처박아두고 있었는데, 올해엔 너무 추워서 꺼낼 수 밖에 없었다.

나름 메이커 목도리다. '영창' 이런 건 아니고...

목도리 한쪽에 작게 금속 탭에 메이커 이름이 써져있다.

'Arcturus'라고 -_-

한정판에 들어있던 물건들 중에(CD 포함해서) 유일하게 쓸만한 물건인 듯.

posted by DGDragon 2001. 2. 10. 00:00
  안녕하세요. 그동안 쓴다고 실컷 떠들었던 악튜러스 리뷰입니다. 악튜러스에 대해 제가 무척 기대를 했었고 덕분에 그만큼 실망을 해서(누구의 탓인가...) 글 자체가 공격적이 되어버렸고 글 후반부는 솔직히 날림이라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만... 일단 올립니다. 읽어보시고 허접 글에 대한 따끔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글 후반부에도 썼듯이 손노리 빠돌적인 욕멜은 절대 사절입니다. 게임란에서만큼은 그런 걱정 거의 필요없지만...)

 그리고 이 글은 매드3디에 게재될 글입니다. 다른 곳에 이 글이 보이게 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합니다.


 제목 : 악튜러스 (Arcturus)
 장르 : Role - playing
 구성물 : 인스톨 CD + 음악 CD 5(-_-;;) + OST
 제작사 : 손노리 + 그라비티
 유통사 : 위자드 소프트
 출시일 : 2000. 12. 6(한정판)
  2000. 12. 23(일반판)
 게임 내용 : 노가다(길찾기 + 레벨업).

 그래픽 8 사운드 7 난이도 : 어려움 인터페이스 6 인조이 6 매드 포인트 6.75

 최소 사양
 CPU : Pentium II-233
 RAM : 32MB
 VGA : 3D 가속 카드 필수.
 OS : Win 95/98/ME/2000

 권장 사양
 CPU : Pentium III-450
 RAM : 128MB
 VGA : 비디오램 8MB


 매드3디의 리뷰를 즐겨 읽는 분이시라면 매드3디의 불문율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그렇다. 매드맨과 절대로! 게임 얘기를 하면 안 된다. 그?필자는 며칠 전 이 불문율을 잊고 ICQ에서 매드맨에게 '악튜러스를 클리어했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 결과 이 리뷰를 쓰고 있다. -_-;; 다행히 필자는 매드3디 내의 인간은 아니고 외부에서 독자로서 접촉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강압은 없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그러나 만약 이게 리뷰로 정식 채용이 되고 본인이 매드3디의 인간으로 흡수(-_-;)가 되면 이후 어떤 압력이 가해질지 모른다. 즉 지옥의 입구에 한 발을 걸친 것이다. 지방인 대구에 살기 때문에 괜찮을까 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매드맨은 대구에 자주 온다고 한다. ...서울로 날라버릴까?


참을 수 없는 유통의 허접함.

 악튜러스는 원래 시나리오 컨셉도 그렇고, 작년에 발매되었어야 할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체험판을 2개나 내면서 계속 발매 연기를 하다가 드디어 지난 12월 6일 한정판이 발매되고 23일 일반판이 발매되었다.

 그런데 이번 한정판 발매와 거기에 얽힌 사건들은 말 그대로 '국내 유통사의 주먹구구식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당사자들에겐 전혀 아니겠지만).

 먼저 위자드는 10월 초에 악튜러스 초회한정판 1만장을 위자드 홈에서 예약한다는 공지를 했다. 그것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정판'을, '위자드 홈에서만' 예약해서 '일반판보다 더 빵빵한 패키지를' '누구보다도 빨리 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아주 풀풀 풍겼다. 실제로는 일반판보다 그다지 특별나지도 않은 것이었고, '한정판' 즉 예약 되지 않으면 생산하지도 않는게 아니라 처음 1만장을 무조건 그렇게 찍는 '초회한정판'의 개념이었으며, 물량이 남자 위자드에서는 예약 물량을 다른 쇼핑몰에도 넘겼지만 말이다(어떤 곳에서는 위자드보다 더 싼 값에 예약을 받다가 나중에 다시 수정하기도 했다). 즉 위자드의 애초 의도가 제대로 게이머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고의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으로 발매 연기다. 물론 발매 연기야 제작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다. 갑자기 중요한 버그가 발견되었을 수도 있고, 게임에 뭔가 더 좋은 것을 추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약은 예약대로 다 받고 발매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보름 동안 4만원을(발송비 포함)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가 얼만데? 거기에 더해서 위자드에서 남은 물량을 다른 쇼핑몰에 돌렸기 때문에 '유통사에서 예약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한정판을 예약할 수 있는' 웃기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DVD 판의 갑작스런 취소 문제. 국내 최초의 DVD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는 소장 가치 No. 1의 아이템이 될 듯 했던 악튜러스의 DVD 판이 발매 하루 전에 취소된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다가 결국 배경음악 구현 문제로 취소됐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DVD 제작에 대해 아무 말도 없다가 바로 전날에 취소되었으니 잔뜩 기대를 하고(이 게임을 위해 DVD 드라이브를 샀다는 게이머가 꽤 된다) 기다리던 게이머들의 기분이 어땠겠는가? 그래서 위자드가 보상책으로 내놓은 것이 정품 게임 하나의 제공이었는데 이게 CD 판 예약자들의 분노까지 불러왔다. DVD 판이나 CD 판이나 가격이 같은데 DVD 판 예약자는 같은 값에 CD 판 + 정품 게임 하나를 받고 CD 판 예약자는 CD 판 하나만 꼴랑 받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오죽 하겠는가(3개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그 중 강철 제국이 끼어있었다. 솔직히 필자도 강철 제국 때문에 엄청 배 아팠다).

 그리고 가장 큰 마지막 문제인데, 예약한 사람보다 그냥 산 사람이 게임을 더 빨리 확보했다. 원래는 6일 배송을 시작해서 8일에 용산에 남은 한정판 물량이 풀리기 전에 예약자들에게 게임이 다 도착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배송되었다고 하는 게임들은 꿩 구워 먹은 소식이고, 가장 먼저 소감을 올리기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용산에 풀린 악튜러스를 직접 산 게이머들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기다리질 못해 예약을 해놓고도 용산에서 다시 게임을 샀다고 한다. 필자는 물건을 12일에 받았다. 위자드가 약속한 8일보다 4일 더 늦은 것이다. 위자드가 정말 한정판 예약한 사람을 생각했다면 한정판이 어느 정도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한정판을 용산에 풀어야 했다. 예약하고 돈을 미리 갖다 바친 사람은 손가락만 빨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용산에 가서 사서 즐기면 된다니, 이게 무슨 경우인가?

 그리고 한정판이 발매된 이후 일반판이 발매되게 되었는데, 이 때 위자드는 처음에 일반판을 33,000원으로 한정판보다 5,000원 더 싸게 책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정판 때는 틀림없이 '일반판과 값이 같다'라며 홍보를 해놓고는 정작 팔 때는 약속을 어기고 값을 내려버린 것이다. 본인도 가서 직접 눈으로 봤다. 며칠 뒤 반발이 거세자 다시 38,000원으로 올려버리긴 했지만.

 이외에도 입금 확인이 잘 안되거나, 직접 수령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 부분은 필자가 겪어보지 못한 문제라 넘어가겠다.

 물론 각 사건에 淪?위자드 소프트는 늦게나마 사과하는 공지를 띄우고 일일이 대응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습이야 어쨌든 사건은 벌써 일어난 뒤인 것이고, 악튜러스를 남보다 먼저 플레이하고자 했던 한정판 예약자들의 가슴에는 대못이 쳐진 뒤인 것이다.

 위자드 소프트는 전신 SKC 때부터 동서게임채널과 우리 나라 게임 유통의 양대 산맥을 이뤄 온, 관록이 붙었다면 붙은 회사다. 하지만 이번 한정판 발매관련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통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만든다. 악튜러스를 기다려 온 게이머들을 봉으로 보는 건가? 장사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 유통 업계의 허접한 마인드와 그로 인한 더더욱 허접한 주먹구구식 유통 방식은 이제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일본식 RPG'.

 아주 많이 얘기되는 용어다. 주로 '서양식 RPG'와 비교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최초의 상업적 RPG로 불리는 로드 브리티쉬의 전설적인 게임 '아카라베스'(정확하진 않다) 이후, 서양식 RPG는 주로 PC 기반에서 성장했고, 비록 처음에야 서양식 RPG를 강력히 벤치마크하여 만들었지만 결국 독자적인 게임 장르 확립에 성공한 드래곤 퀘스트(이하 DQ) 시리즈와 DQ를 다시 벤치마크해 만든 파이날 판타지(이하 FF) 시리즈로 대표되는 일본식 RPG는 주로 비디오 게임기 기반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 기반과 더불어 동양과 서양의 정서 차이가 두 방식의 차이를 불러왔다.

 이 두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그것은 주로 '자유도'와 '시나리오의 중요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식 RPG에서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강제 이벤트'들이 일어나면서(물론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게이머의 불만은 엄청난 CG로 잠재운다) 결국은 '외길 시나리오'로 진행이 된다. 물론 그 이외의 자잘한 '이벤트'들도 겪을 수는 있지만 이건 결국 양념이다. 결론적으로 게이머는 제작자가 설정한 길대로 따라가면서 마지막 보스를 죽이고 무언가를 구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구하는 가는 물론 제작자 마음이고... 이 방식의 장점은, 게이머는 결국 제작자가 정한 길로만 오게 되어 있으므로 매우 수준 높은 시나리오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줄 수가 있다.

 서양식 RPG의 경우는 반대다. 캐릭터는 게이머가 정한다. 그리고 게이머는 캐릭터 자신이 된다. 어떠한 이벤트가 있을 경우 그 대처법을 게이머가 마음대로 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NPC가 갖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일본식 RPG라면 십중팔구 NPC의 부탁을 들어줘서 괴물에게 잡혀간 소녀를 구한다거나, 그가 원하는 무언가를 구해준다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서양식 RPG라면 돈으로 협상할 수도 있고, 협박할 수도 있고, 으슥한 뒷골목에서 푸슛~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세번째 방법을 '매우' 선호한다. -_-;) 물론 이런 게임에도 최종 목표는 있다(가끔 가다 이것마저도 없는 게임도 있긴 있다. -_-;). 하지만 그 도달 방법은 게이머 마음대로인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위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약간식 취한 게임도 많고, 특히 요즘에는 서로의 방식에서 장점만 따오려고 노력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많이 돌아왔는데, 악튜러스는 '일본식 RPG'다. 그것도 상당히 전형적인. 손노리의 전작인 포가튼 사가의 경우 프리 시나리오로 많은 호평을 받았었고(난무했던 버그는 좀 제쳐두고), 필자는 악튜러스의 시나리오 전개 방식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리고 악튜러스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장과 1장에서는 정말 프리 시나리오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필자에게 감동의 눈물을 좍좍 흘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2장부터는 말그대로 일직선으로만 진행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뒤에 다루겠지만, 포가튼 사가에서 시작된 '일본식과 서양식을 합친, 양쪽의 장점만을 갖춘 한국식 RPG'의 틀잡기가 악튜러스에서 완성이 되는가 했는데 1장까지만 살짝 다루고 말아서 그점이 좀 실망스럽다. 마무리까지는 몰라도 한 3장까지만 프리 시나리오로 진행이 되었어도 세상에 '한국식 RPG 정립!'이라고 떠들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게임은 어떠한가?

 유통을 실컷 씹었으니 이제 그 엄청난 산고의 고통을 뚫고 탄생한 게임을 보자. 역사와 전통에 따라 그래픽, 사운드 등으로 구분해서 한 번 파헤쳐 보겠다. 매드맨은 고리타분해서 싫다고 했지만 원래 전통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게다가 필자는 이번이 처음 리뷰라 이 방식을 초월해서 써갈길 내공이 안 된다. -_-;;

 그래픽... 아주 멋지다. 그 외엔 할 말이 없다. 3D 처리된 배경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 이벤트 전개 시 뿌옇게 보여준다고 불투명 유리를 질러넣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본인으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내가 눈이 너무 낮은 건가?). 굳이 단점을 찾자면 배경에 좀 적은 양의 오브젝트를 사용해서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 정도(좀 심하게 말하면 악튜러스에는 집이 세 종류 밖에 없다. 부잣집과 일반적인 집과 상점)?

 2D로 만들어진 캐릭터들도 깔끔한 모습에 풍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마리아 단발머리 멋져~ *.*), 특히 개인적으로 2D 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전투 시에 '타격감' 혹은 '박력' 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다만 3D 지형에 2D 캐릭터가 구현됨에 따라 어떤 쪽으로든 캐릭터가 퐁당 빠지면 못 헤어나오는 단점을 보여주긴 한다(3D 기반에서 2D 캐릭터들은 말그대로 '종잇장'이다. 약간의 틈새만 있어도 퐁당퐁당 빠진다).

 효과음은 잘 못느끼겠다. 확실히 수준급이고 게임에 잘 어울리는 것들인데 너무 적다. -_-;; 기왕이면 발자국 소리 같은 것도 표현해 주지... 너무 과도한 욕심인가? 그리고 성우 지원은 없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아쉬운 부분이다. 악튜러스와 잘 비교되는 창세기전 시리즈에서는 템페스트 때부터 성우 지원을 팍팍 해주는데 말이다. 물론 전투에서 캐릭터들이 기합을 넣기는 하지만 그걸 본격적인 성우 지원으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게임의 대사량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중요 이벤트만 성우 지원 하더라도 그 감동이 배가 되었을 것이다.

 배경 음악은 TeMP에서 맡았다고 하는데 솔직히 필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지만 음악의 퀄리티들은 확실히 대단하다. 누가 언급한 대로 게임 자체에 녹아드는 것은 아닌, 약간 튀는 듯한 음악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좋지 아니한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특히 오프닝과 엔딩 보컬송은 끝내준다. 지금 듣고 있는 것도 그 노래다. 나중에 기회 닿거든 꼭 들어보시길. (써놓고 보니 광고글 같이 되어 버렸다)

 시스템은 아주 간단하다. 마우스만으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고, 그다지 불편한 점도 없다. 다만 두 가지, 세이브 포인트, 소지량 제한은 좀 짜증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상점에서 사는 것만 가능하고 파는 게 불가능해 언제나 돈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것도 짜증나긴 했지만 특정 지점에서 노가다를 좀 하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_-; 그 이외의 부분에서 필자가 특별히 느낀 불편함은 없다. 물건 살 때 마우스 클릭 노가다는 최신 패치에서 수정이 되었고... 특히 다이어리 모드에서 몬스터 설명이나 아이템 설명 읽는 재미도 매우 솔솔하다. 게임만 계속 하지 말고 가끔 가다가 다이어리 펼쳐서 한 번씩 읽어보시라.

 세이브 포인트의 경우 비디오 게임기로 이식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또 여기에서 회복도 가능하므로 그렇게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세이브 포인트의 배치가 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보스를 열심히 클리어하고 기나긴 이벤트를 보고 있을 때 튕겨 나가면... 또 그것이 2번, 3번 반복되면... 미친다. PC 용 게임에서는 게이머마다 사양이 다 다르니 이걸 다 맞출 수가 없어서 약간의 버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벤트 직전 또는 직후 등에 세이브를 가능하게 해서 시간 낭비를 최소로 줄일 수는 있을 것 아닌가?

 소지량 제한의 경우도 원래는 좋은 개념이다. 악튜러스의 소모품 아이템들은 그 월등한 성능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싸서(처음부터 끝까지 쓰게 되는 '리페어 키트'는 가격은 200 밖에 안 되는데 BP를 완전회복시켜준다) 이런 방식의 제한으로 아이템 난무에 의한 난이도의 급격한 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이브 포인트와 같다. 이 게임에서는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 아이템은 '로저스의 퀵 서비스' 상자에 담을 수가 있는데, 이 상자의 배치가 탐탁치 않은 것이다.

 이를테면 파티 인원이 6명이면 소지량 제한 수가 600정도 되고, 전투에 대비해 이런저런 아이템을 많이 준비하다 보면(물론 6명 기준으로) 소지량이 대략 500은 가볍게 넘어간다. 그런데 강제 이벤트로 인해 파티 인원이 2명 정도로 줄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소지량에서 빠진 인물들의 장비는 빠지지만 소모성 아이템들은 빠지지 않는다. 그에 반해 소지량 제한은 200정도로 에누리 없이 팍 줄어버리고, 필연적으로 제한에 걸려 이동 속도가 거북이처럼 느려진다. 특히 모 양의 정신 세계로 들어갈 땐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 느린 속도로 거기를 클리어할 수 밖에...

시나리오의 전개에 대한 불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악튜러스의 시나리오 만큼은 훌륭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는 지금까지 악튜러스에 관련해서 시나리오를 씹은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본인도 시나리오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 화끈하게 씹어보려고 한다. 국내 최초다. 음할할. 그리고 이하에 대해 불만이 있으신 분은 내게 돌을 던지시라, 매드3디에 뭐라고 하지 말고. 내게 던지는 돌도 욕은 사양이다. -_-;

 악튜러스의 전체 구성은 서장, 1장, 2장, 3장, 종장으로 되어 있다. 서장과 1장은 포가튼 사가처럼 프리 시나리오로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골라가며 진행할 수 있고, 2장부터 끝까지는 그런거 없이 일직선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완급 조절이 좀 안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토리의 경우 대부분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 구조는 모든 매체 - 소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 에서 동일하다. 시작하고, 전개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끝난다. 이게 정석이다. 5장 구성이라면 기가 1장, 승이 2, 3장, 전이 4장, 결이 5장이 될 것이다. 막판에 화끈한 뒤집기를 보여줄 거라면 승이 2, 3, 4장 다 먹고 전과 결이 5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악튜러스는 기가 서장, 승이 1장이고 전과 결이 2, 3, 종장을 다 먹고 있다. -_-; 이게 뭔소리냐... 1장까지는 프리 시나리오를 즐기면서 느긋하게 비필수 퀘스트들도 하면서 전개해 나가다가, 2장부터 엔딩볼 때까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를 보기 위해 열라게 뛰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면 2장부터 엔딩까지 정말 순식간에 끝나게 된다. 메인 이벤트만 있으니까... 그래서 제작사 측에서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2가지 노가다를 추가하였으니, 길찾기와 레벨업 노가다다. 각각의 노가다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가 궁금해 죽겠는데 레벨과 길찾기 때문에 발목을 잡힐 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만 밝히겠다.

이벤트 부족에 대한 불만.

 일본식 RPG에서 필자는 이벤트를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 그건 '설명형 이벤트'와 '전개형 이벤트'다. 각각에 대해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악튜러스에서 전개형 이벤트는 매우 많다. 그도 그럴듯이 워낙 스토리가 방대하니까. 그런데 게이머가 게임에 감정 이입하는데 아주 중요한 '설명형 이벤트'는 별로 없다(비필수 이벤트 가지고 이게 적은 거냐고 윽박지르지 말기 바란다).

 예를 들어,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갈 때 '종말' 이벤트가 일어난다. 뭐 실제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왜' 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이 안 나온다. 어떤 일이 생기는지 말하면 '줄거리 미리 얘기하기'가 되어 지탄을 받을 게 뻔하므로 설명은 안하겠지만(RPG 리뷰는 이래서 쓰기가 힘들다) 전쟁을 하는데 그런 일이 생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게임 전체에 걸쳐 바렌시아 정교는 타락하고 썩을대로 썩어 민중에게 돈을 뜯어내는 종교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분명히 돈을 뜯어내기는 내는 것 같은데 정말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 수 없다. NPC와의 대화에서는 그런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정교는 정교대로 놀고 민중은 민중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그런가?

 아이는 그리트 교의 교주다. 그런데 게임 중에 나타나는 몇몇 그리트 교도들을 빼면 나머지 사람들 - 게임 중의 NPC를 포함해서 - 은 그리트 교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_-; 그리트 교는 어떤 종교인가? 게임 내에서 그리트교는 일반 민중, 혹은 기득권 층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안 나온다. 필자가 보기에 그리트 교의 존재 의의는 아이의 무기 설정과 최종 보스 설정인것 같다. -_-;

 이 게임의 마지막 보스는 XX와 YY다(이 피나는 노력). 머리로는 얘들이 보스라는 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가슴으로는 얘들이랑 왜 싸워야 하는지 감정 이입이 그다지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엔딩으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있으니 쓰러트릴 뿐. 그도 그럴듯이 YY는 거기에서 첫 등장이고 XX는 게임 중에 단 세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YY야 게임의 설정상 첫 등장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XX 정도는 '얘는 꺾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 이벤트 하나 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게임 중 커플이 세 개가 탄생한다. 좋다. 커플 탄생이야 한창 나이의 남녀들이 모였으니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되는 건지는 안 나온다. 그냥 좋아하니까 좋아하고, 좋아하는 타입이라 좋아하고... 그런 건가? 그들에게는 이해가 가는 일이겠지만 모니터 밖에서 지켜보는 필자로서는 무슨 감정의 변화가 있었는가를 같이 좀 알고 싶을 뿐이다.

 이외에도 설명이 없어서 스스로 짐작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다. 물론 자잘한 것들이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러한 자잘한 것들이 모여서 '해피 엔딩 뒤의 찜찜함'을 이루는 것이다.

시나리오 자체에 대해 살짝...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자체를 살짝만, 정말 살짝만 디벼 보겠다. 악튜러스의 시나리오는 진짜 심오하기 때문에(클리어했음에도 뭐가 뭔소린지 모르겠다. -_-;) 잘못 디비면 '무식한 놈' 소리 들으면서 '따'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ㅠ.ㅠ 그리고 '줄거리 미리 얘기하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1차적인 줄거리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고 그 뒤의 2차적인 얘기를 하는 거니까...

 악튜러스에서는 '신과 악마 그리고 인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요 골자는 '신과 인간만 있다, 악마란 건 신에게 부끄러운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저지른 죄를 부끄러워 하는 인간이 그 죄를 미루기 위해 악마라는 존재를 지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가지 이유로 이러한 '신과 악마에 대한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은 빛을 잃는다.

 먼저 게임 내에서 그리트 교적인 얘기와 바렌시아 정교적인 얘기가 헷갈리고 있다. 단적으로, 달란트는 고대에 나왔던 사도 - 즉 천사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바렌시아 정교 쪽의 얘기다. 그런데, 이 달란트를 모아서 부활시킨 존재는 무엇인가? 그렇다. 그리트 교의 파괴신 아흐리만이다. 왜 천사의 조각을 모아서 부활시켰는데 다른 종교의 신이 튀어나오는가? 달걀을 깠더니 오리 새끼가 튀어나온 격이다. 이 녀석이 인간의 명령을 듣는 건 일단 그냥 넘어가자. -_-;

 위의 이벤트 부족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지만 인간이 악에 물들었다고 하는데 전혀 실감이 안 간다. 이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진행할 때 게이머가 보는 NPC 들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그냥 '악에 물들었다!'라니까 '그런가부다'하는 거지. 이런 상태에서 선과 악이 어쩌구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잘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뭔 짓이냐!' 라고 외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주인공 일행에게 동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 아무리 영웅이더라도 진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건 어렵다. 최소한 '새로이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하다 못해 '달링과 함께 살 평화로운 삶을 위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아무 말 없이 '세상을 구해야 해!'라면서 죽을지도 모르는 일에 뛰어드는 주인공들이라... 제작진들이 다른 일본식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때에 꼭 나오는 '커플 닭살씬'에 질린 것일까?

 리뷰를 마치며.

 한국인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칭찬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서로 잘된 점을 칭찬해줘야 크지, 남 잘되는 것 못 보고 서로 깎아 내리기만 하니 서로 발전이 없는 것이다. 이 리뷰도 어떻게 쓰다가 보니 결국 악튜러스를 온통 깎아내리는 글로 바뀌어 버렸다. 원래는 반쯤 올려주고 반쯤 깎아내리는 것이 정석이건만... 너무나 기대했고 그래서 많이 실망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악튜러스가 졸작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다. 이것은 대작이고, 또한 명작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쪼~금 모자랄 뿐이다(돌을 피해야 한닷... -_-;). 단적으로 필자가 이 게임을 10일 남짓 걸려 클리어해버린 것으로도 이 게임의 재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필자는 일본식 RPG의 던전에 매우 약하다. ㅠ.ㅠ

 만약 위에 필자가 쓴 글에 불만이 있다면 DGDragon@hitel.net으로 메일 주시기 바란다. 애매한 매드3디에 돌 던지지 말고. 단 손노리 빠돌적인 욕멜만큼은 사절이다. 칼로 폐부를 쑤시는 듯한 차가운 비평글은 대환영이다. 필자를 좀 키워달라. -_-;

 잡담으로 넘어가서, 글 쓰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12일에 한정판을 받아 시작해서 24일에 클리어했는데, 그 날부터 쓰기 시작해서 겨우 오늘 리뷰글 한 편을 완성했다. 거의 2주일이 걸린 것이다(물론 중간에 한 일주일 놀기는 했지만). 덕분에 악튜러스 후반부 스토리가 한동안 머리 속에서 실종되는 등의 작은(?) 사고가 있었다. 앞으로는 게임 클리어하고 3일 안에 리뷰 골격을 완성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상으로 필자의 첫 리뷰를 마친다. 이제 폐인 모드로 돌입해서 어제 도착한 창세기전 3 파트 2를 밤샘 플레이해야겠다. 악튜러스 리뷰 완성해야 한다고 받아놓고 케이스를 뜯어보지도 못했다(참으로 불타는 책임감이 아닌가?). 창세기전 3 파트 2를 클리어하고 리뷰를 쓸지 말지는 이 글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 이상.

 END

 Written by DGDragon

 Happy, Happier, Happiest.
 Dreaming Gold Dragon.
 애니스 소모임(SG2631) 시삽.
 수다 정팅지기, 열혈 메일러, 노가다의 황제.

제 목:[잡담] 악튜러스 리뷰 FAQ. (-_-;) [38656]  보낸이: (DGDragon) 2001-01-10 23:46 조회:239
 아아... 찔립니다, 찔려요. 역시 글 뒷부분에 무리가 많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답변, 나갑니다.

 1. 글 양에 비해 내용이 적다.

  음... 글쎄,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썼는데...
  핵심을 찔러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을 못하니까 토를 달고 또 달고 해서 양이 늘어난 것
  같네요. ...뭐, 고치던지, 못 고치면 그냥 한 3, 40KB짜리 리뷰
  써버리죠. :)

 2. 그리트 교 문제.

  이거 써놓고 지울까 말까 하다가 냅뒀는데 제일 많이 걸리네요.
  그냥 취향 차이로 밀어붙이기에는 '그리트 교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다'라는 의견이 많은 듯. 아무래도 이건 제가 잘못 썼나 봅니다.

 3. 바렌시아 정교 문제.

  1장 기준으로 보아서 그런가 봅니다. 2장으로 넘어가서 황폐해지기는 하는데
  왕국과 공화국을 그냥 다니다 보니까 착각을 하게 된 듯. 그러나 횡포라도
  왜 아무 설명도 없이 1장에서는 평화롭다가 2장부턴 그렇게 분위기가
  확 바뀐 걸까요. 뭐, 제 의견을 말하자면 '강탈 이벤트'라도 하나 넣었으면
  좋았을 걸.

 4. 기타 등등.

  XX가 적인지 모르겠다는게 아니라 저걸 꼭 죽여야 겠다는 감정적인
  동기 부여가 안 되더란 소립니다. 솔직히 게임에 좀 자주 나와야
  무슨 감정을 갖지...

 역시 파트 2 빨랑 하려고 마지막에 키보드를 두들겨 패서 양성한 부분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완벽을 지향하는 아마추어 리뷰어가 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

 (저 자신의 평가로는 이 리뷰, 클리어한 사람들을 위한 거지, 이 게임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 되는 글인 듯 합니다. 리뷰 자체가 대상이 게임 구매 희망자를 위한 글이거늘... 그 점에서 이 글은 좋은 점수 받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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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ing Gold Dragon.
 애니스 소모임(SG2631) 시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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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드삼디... 지금은 싹 날아갔지만 웹진 초기 온갖 웹진이 창궐하던 때 FPS 전문 뉴스웹진으로써 매니악한 인기를 끌었던(아는 사람만 알았던) 사이트였습니다. 리뷰 실어준대서 삼일 밤낮을 낑낑대며 썼더니 원래 리뷰 게시판이 아니라 독자감상란을 따로 만들어서 거기 올리더군요. 대실망.
 * 하지만 원래 리뷰 게시판에 올렸다면 그 갈굼에 제가 못 버텼겠지요. 2004년도 끝나가는 지금은 이 글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왜 이리 유치하게 못 썼을까...
 * 조만간 악튜러스를 한 번 더 해보고 다시 리뷰를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 이런 허섭쓰레기인 글에 악튜러스 제작진 중 한 명의 메일까지 받았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군대 갔다 와보니 날아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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