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온라인이 신이 내리신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그 게임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올드비" 딱지를 붙인 뒤 스스로 우월감에 쩔어, 고개를 높이고 목을 뻣뻣이 하여 타인을 깔보고, 관심법이라도 쓰는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린저씨'라 판단하여 '이 게임은 님이 지금까지 한 국산 게임과 다르고요'라는 개소리부터 씨부리는 이들의 출입을 금함.
레이드를 뛰고 있지 않으니, 재산은 무한대로 불어나고(1500골을 돌파했다가 상급 화염 보호 물약 제조법을 질러서 좀 줄었다) 부캐는 쑥쑥 크고 있다.
사제는 그만 됐다 싶어서 물 -> 바람 변환을 하거나 적절히 4대 인던 놀이 할 때나 꺼내고, 언데드 도적을 키우는 중.
초저렙 때에는 사악 -> 절개를 쓰다가(스킬이 이것 2개 밖에 없으니), 다음엔 후려 - 기습 - 절개를 쓰고(레벨이 너무 낮으니 이것만 써도 죽었다), 10레벨이 넘은 뒤로는 전투 특성을 올리면서 도검으로 목조르기 - 사악 - 난도질로 가고 있다.
17레벨까지 키워본 소감은 역시 도적이랄까, 엄청난 공격력과 빈약한 방어력이 정말 뼈에 사무친다.
공격력의 경우엔 뭐 할 말 없다. 아직 20레벨도 안 됐는데 크리 잘 뜨면 세자릿수 가까이 나온다(최대 82). 1:1에서 전투 시간은 20초를 넘기지 않는다.
반대로 방어력은 그야말로 처절. 사냥꾼은 저레벨 땐 가죽을 입든 판금을 입든 어차피 펫이 대신 맞으니 상관없고, 사제는 내면의 열정과 보호막에 암흑의 형상 키면 몹이 우스웠는데 도적은 진짜 처절하다. 몹을 치려고 하는데 1마리라도 애드가 되면 5분 딜레이의 회피를 켜든가 물약을 먹든가, 정 안 되면 도망가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반드시 죽는다(…). 불모의 땅에서 빡센 퀘스트도 아닌데 이렇게 많이 죽어보게 될 줄이야. 이젠 2마리만 덤벼도 무조건 도망가게 되어버렸다.
전문 기술은 채광 + 기공으로 하고 있다. 일단 취지는 본캐인 사냥꾼의 토륨 탄환(화살) 보급용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첫번째 부캐도 연금술로 상급 민첩이나 살쾡이를 만들어보자고 했었는데, 서버에 사람이 많다 보니 필드의 짭잘한 약초에 대한 경쟁이 엄청나다. 역병 지대에서는 약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그러니 토륨에 대한 경쟁도 마찬가지겠지.
알터랙은 현재 와우에 존재하는 3대 전장 중 하나로, 40명과 40명이 격돌하는 최대 규모의 전장이다. 명예와 전장 시스템 업데이트 시 전쟁노래 협곡과 함께 가장 먼저 공개된 전장인데, 블쟈는 전쟁노래 협곡은 뒷전이었고 알터랙의 홍보에 열을 올렸었다.
사실 그럴만도 하지. 전쟁노래는 사람 수도 적고 지형도 룰도 간단했지만(그렇다고 재미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알터랙은 80명을 위한 전장. 다른 전장들과는 달리 강력한 NPC들이 깔려있으며 이들의 퀘스트를 통해 NPC 병사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기병대를 부르거나 심지어는 공중 폭격을 전술적으로 적절히 활용해야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흔히 공성이라고 부르는 거대 규모 전투. 진정한 "전쟁"을 보여주겠다고 했었지.
하지만 그 NPC들이 문제가 되었다. 너무 강력했던 거다. 상대 진영 40명을 밀고 올라가는 것도 충분히 버거운데 "정예" NPC까지 잡아죽이면서 밀고 올라가야 하고, 설상가상으로 알터랙 승리 키 NPC는 거의 레이드 보스 급의 체력과 공격력을 갖췄다. 이걸 어떻게 "동수의 상대진영을 견제하면서" 때려잡는단 말인가?
알터랙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엘룬섭에선 한 번에 2개씩도 열리곤 했었지만, 곧 열리지 않게 되었다. 한 번 열린 알터랙이 끝나려면 열몇 시간은 기본이었고, 항상 체력에서 밀린 쪽이 새벽에 당해서 끝나곤 했다. 보통 사람은 하루종일 상대 진영을 잡아죽여도 게임에 진전이 없는데, 이걸 무슨 재미로?
하지만, 알터랙 전장 우호도에 걸린 상품만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고, 결국 그 욕망이 "룰방"이란 걸로 구체화했다. 원래 알터랙은 이런저런 퀘스트를 하면서 NPC를 도와 응원군을 불러가면서, 상대를 죽여가면서, 상대 초소나 무덤을 점령하면서 밀고가는 게임이다. 하지만 룰방에선 그 모든 행위를 최소화하며, 서로간의 우열을 가리는 건 지극히 적은 부분에 국한한다.
이를테면 엘룬에서 열리는 룰방은 1시간 동안 서로를 죽인 뒤(힘싸움이라고 표현), 10분간 퀘템 반납 시간을 갖고, 이후 서로간의 초소 점령 시간을 겨룬다(무덤은 건드리지 않는다). 차례차례 초소를 점령해 먼저 사령관 NPC를 죽이는 쪽이 승리한다. 어떤 서버에서는 서로 완전 봐주기로, 5분 마다 교대로 상대 NPC를 킬한다고도 하던데...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할 경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괜찮은 명예, 엄청난 우호도.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본다. 블쟈의 의도한 방법대로 즐기는 의도가 아니라 어뷰즈라는 논란이 있기도 하던데, 굳이 따지자면 악용이 맞기는 하겠지. 하지만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꼬우면 후딱 알터랙을 고치든가. -_-
서론이 엄청나게 길어졌다. 하여튼 룰방을 뛰던 시절의 스크린 샷이다. 벌써 한 달이 넘었군... 알터랙이 처음 열려서 잘 나가던 시절 엄청 무리해서 우호도를 우호적까지만 슬쩍 찍어놓고 말았는데, 역시 돈 훌리오의 유혹이 강해서 엘룬에 룰방이 도입됐을 때 뛰었었다.
하지만 역시 좀 짜증났달까... 어차피 룰방에서 중요한 건 상호 NPC 엘리인데 1시간이 넘는 힘싸움은 왜 하는 건지. 힘싸움에 목적이 없으니 힘싸움이 그렇게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전장에서 얼라 죽이기가 싫다니, 이게 전장인가 싶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게속 지니까 얼라들이 플포 게시판에 대고 찌질거리질 않나 확고 동맹 찍은 호드놈이 언론 플레이를 하지를 않나, 그 유치한 글에 넘어가는 귀 얇은 얼라들은 뭔지.
사제로 힐하는게 재미있어서 인던을 좀 돌았다. 현재 마나량 - 마나 효율 - 어그로 - 디스펠 - HP 소모 속도 등등을 고려하면서 하는게 꽤 삼삼한 재미다. 물론, 아이템을 맞추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녹템을 꽤 입고 있었으니까, 아무 인던이나 가면 꼭 줏어먹는게 있는거다. 역시, 와우는 아이템 맞추는 재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거슬리는게 있다. 보조 힐러.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와우 친구들의 특성상 항상 드루나 주술사를 끼워가려고 하는데, 이들이 거슬린다. 별로 역할 수행을 개념 없게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정예화가 진행되어, 진짜 초보가 아닌 이상은 다들 잘 하는 편이고, 사실 대다수는 부캐다. 알만큼 안다.
문제는 힐이다. 차라리 표변으로 댐딜하거나 질풍 깔고 막 때려대면 고맙겠는데, 이들은 워낙 개념이 착실하다보니 보조힐러라는 직함에 걸맞게 항상 대기하다가 사람들이 조금만 다쳐도 바로 힐 넣어버린다.
나는 수신 찍어서 힐량이 센 편이다. 대충 맞춘 아이템이나마 힐증도 합쳐서 120 가까이 되고. 최대 레벨의 경우 순간 치유가 1,000, 치유가 1200, 상급 치유가 1500 가량 나온다. 그리고 혹시나 크리 터질까 50%의 여유를 둔다.
그러니까, 소생만 넣으면서 주시하다가 HP가 1,000 넘게 닳아야 캐스팅에 들어가는거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만 닳아도 바로 재생이나 빠른 힐을 넣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누가 메인 힐러인지. 나는 MP 풀인데 보조 힐러들은 MP 다 닳아서 막 엠탐하고 있고; 이게 한두번이면 몰라도 계속 되니까 부담된다. 말은 안 하지만 "저 사제 힐도 안 한다"는 소릴 마음 속에서 하고 있을 게 너무 뻔하잖아.
결국 앞 다투어 힐을 넣는 힐 경쟁이 되는데... 한 번은 웃긴 일이 있었다. 풀하는데 전사에게 보조 힐러가 힐을 넣었다. 몹이 보조 힐러를 본다. 죽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힐을 넣는다. 나를 본다. 보조 힐러가 나를 힐한다. 몹이 다시 보조 힐러를 본다. 무한 반복. 탱킹을 힐러가 했다.
수신으로 바꾼 걸 후회하고 있다. 수신은 5인용이 아니다. 힐러 과다 상층용도 아니다. 줄구룹, 안퀴라즈 이상 레이드용 특성이다. 혼자 5명을 다 힐해도 MP가 남아도는데 보조 힐러 껴가는 현 추세에서 뭐하러 신수로 바꾼건지. 맹렬히 후회 중.
이쯤 쓰면 "서로 협의하지 그래요?" 라는 의견이 나올 법 하지만, 뭐... 쑥쓰럽달까 말하기 그렇달까, 하여튼 서두 떼기가 힘들다. 어쨌든 무난히 깨니까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는 것. 하지만 인던 도는 재미는 확실히 별로 없다.
데칼을 잡고 알로크로 가는 길을 보면 임프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다 잡아도 네임드는 없다. 임프들의 공격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처음엔 악마지배한 뒤 대 알로크 결전 병기로 써먹자는 팁이 돌기도 했었다. 지금은 패치됐지만.
이 장소의 올바른 이용법은 바로 히든 네임드 소환처. 연금술 300인 자가 모조, 영웅의 피, 검은 연꽃 등을 조합해 만든 구루바시 모조로 불을 끄면 4가지 히든 네임드 중 하나가 랜덤하게 나타난다.
줄구룹 나온지 몇달 됐지만 이 히든 네임드는 오늘이 첫 경험. 일단 가는 길의 임프들은 3마리 링크로 로머 2파티, 고정 4파티 가량이 있었는데 화염구 공격력이 끝내줬다. 라그싱하를 못 본지 몇달이라 필요없을 줄 알고 화저셋 안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은.
네임드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시작해서 어쩌면 당연하게 전멸했지만, 패턴이 굉장히 단순하고 대처도 쉬워서 2번째엔 그냥 잡았다. 아이템은... 뭐 그럭저럭. 소환을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선 좀 허한 느낌이었지만.
저 꿈타래를 비롯한 히든 네임드들이 주는 것과 부두인형으로 만드는 장신구가 사냥꾼 스킬 리셋 장신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2점으로 입찰해서 먹었는데 전혀 먹을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좌절. 뽀개버렸다. 공짜인 줄 알고 고대 학카리 어깨걸이를 1점 들여 먹어버린 것까지, 3점 낭비. 에잉 아까워.
하자라 공략에 대해 써보자면, 일단 본인 자신은 별 볼 일 없고 주기적으로 공대 전원을 5초간 재우고, 역시 주기적으로 악몽의 파편인가 뭔가를 소환한다. 한번에 3체씩 소환되는 악몽의 파편은 체력이 대단히 약해 한두방이면 소멸하지만 공격력이 엄청나서 내 경우 3600 대미지를 맞고 원샷 다이.
일단 재우기는 진동 토템으로 막을 수 있고, 악몽의 파편은 나오는대로 즉시 시전 스킬로 조지는 게 상책. 파편들의 덩치가 큰 편이라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마나는 빼기는 했는데 마나 빼기 전이나 뺀 뒤나 스킬 사용은 비슷했던 듯.
원래 레이드 인던이라는 건 아이템 파밍하러 죽도록 가는 곳이긴 하지만... 뭐 학카르까지 모든 네임드를 다 잡았으니 클리어라고 해도 되겠지.
길드 공대였다면 참 좋았겠지만, 길드 레이드는 거의 죽었다. 이 줄구룹을 뛰고 저녁 화심 때도 사람 없어서 감히 공대 결성 시도도 못해봤다. 내가 낀 것은 줄구룹 전용 포인트 공대. 그렇다해도 공대원의 반수 이상이 BL단이긴 했지만.
역시 네임드 퍼스트 킬이라는 건 짜릿하다. 공대가 결성된지 한 달 쯤 되기는 했지만 데칼에서 좌절하곤 했기 때문에 공대원 전체가 알로크, 진도, 학카르는 첫경험이었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네임드들을 척척 잡아나갈 때의 쾌감이란. 정말,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느끼는 와우의 재미란 이런 거다. 게다가 리딩의 부담도 없고 말이지. 그냥 조사 - 평타 - 일제 - 평타를 반복하며 최대한의 댐딜만을 생각하는게 재미있다.
대여사제 알로크는 뭐, 표범이 패치 되어서 알로크 점사 - 표범 광역을 3번 반복하니 죽더라. 포인트는 알로크가 나타날 때 탱커가 캐치해서 탱킹 자리로 데려가는 것, 알로크 없어질 때 표범 이쁘게 모아서 광역질 하는 것, 알로크에게 일점사를 지정당한 사람 알아서 최대한 버티기 정도일까. 댐딜이 잘 되어서 처음 59%, 그 다음 5%까지 깎고 다음 나타나자마자 바로 잡았다.
진도는... 체력 하난 무지하게 높더군. 기본은 일점사고 토템 박히면 바로바로 처치, 저주 걸리면 망령 잡기, 마법사는 해골 광역. 별달리 할 말이 없다.
학카르는 탱커가 탱하고 한 명이 무기벗고 정신지배 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학카르 후손 때려잡고 시체가 뿌리는 독 걸려있으면 학카르가 독 빨아먹고 알아서 죽는다... 뭐 그런 간단한 전술이면 되는데, 묘하게 뭔가가 어긋나서 계속 전멸했다. 알로크와 진도에서 누적된 대미지가 합쳐서 중간에 수리하러 마을로 갔다가 왔을 정도. 그래도 잡았으니 된 건가.
나 자신은 아직 데칼을 한 번도 못 봤는데 그건 다음 토요일이면 볼 테고, 이제 줄구룹 다니면서 포인트 쌓아 아이템 먹는 일만 남았다. 흠... 포인트가 상당히 삐리리해서 굉장히 누적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고, 공대장이 까페를 거의 운영 안 하는데 어찌될 지 모르겠다. 아니 포인트 현황 최신 업뎃이 2주 전이면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시작이 어렵지 다음부턴 쉽다고, 한 번 외부 공대에서 네임드킬의 재미를 보니 화심부 / 검둥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줄구룹은 길드에서 안 가니까 포인트 공대에 든 건데 이 추세로 가면 오닉 / 화심 / 검둥도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휴우... 다른 사람들에겐 올해까지는 기다린다,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블로그에도 그렇게 썼지만 어떨지. 하긴, 지금 상태에선 사냥꾼 찾는 외부 공대도 없긴 하군.
05년 전반기 동안 사람이 없어 엄청난 침체기(아니, 아예 레이드를 못 가던 날도 수두룩했던)였던 우리 길드의 레이드는 방학을 맞아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게헨나스에서 좌절하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파죽지세로 가르를 잡고 게돈을 잡고 샤즈라를 잡고 청지기까지 일직선. 그리고 오닉시아도 계속 잡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라그나로스는 빡셌고, 결국 라그는 못 잡은 상태에서 방학이 끝났다. 학기가 시작하면 인원 수가 어찌 되려나 걱정을 했는데 예상외로 괜찮았다. 사람 수가 줄긴 했지만 역시 피크 타임 때는 공대 인원 40명을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기왕 계정도 끊긴 김에 중간고사 기간 2주, 중간고사 끝나고 1주 동안 접속을 안 했던 거다. 사실 그동안 B&W 2라든가 이것저것 했지만 그래도 와우가 빨아먹는 시간과는 차원이 다르니.
하지만 돌아와 보니 길드 레이드가 풍비박산이 나 있었다. 이유는 간단. 오피서가 없었다. 길마형은 개인적인 문제로 접속을 안 했고(나는 길마형이 접속 안 하는 줄 몰랐다. 알았다면 중간고사 끝나는 날부터 접속했겠지), 다른 오피서형(실질적인 부길마)은 아~주 옛날부터 직장 특성상 접속율이 좋지 않았다. 사실상 레이드 전력으론 논외. 1명은 해외로 갔고 1명은 명함만 오피서. 그나마도 이젠 와우 접었지만.
하지만 사실상 길드의 레이드는 길마형 혼자 하고 있었다. 공대 결성, 몹 풀링과 그로 인한 평몹 리딩은 내가 했지만, 네임드 공략, 인원 파악(아이템, 특성 등등)과 공대 클래스 조정, 그리고 뭣보다 중요한 아이템 분배 등등은 길마형이 했다. 그러니, 길마형이 없어지는 순간, 길드 레이드에는 리더가 없어지고 레이드는 엉망이 된 거다.
3주만에 들어가보니 레이드하는데 인원이 20명. 물론 이렇게 되면 레이드 포기다. 일주일 동안 일요일, 월요일 제외하곤 다 레이드 시작도 못해봤고, 그나마 일요일에도 35명도 넘기지 못했다. 중간에도 많이 전멸하고, 월요일엔 30명으로 게돈에서 4번 전멸했다. 하! 30명 좀 넘는 공대의 거의 절반이 힐러인데 마나가 없어서 힐이 말라서 전멸했다. 참... 삐리리하구만.
이렇게 되고 보니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짜증내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3주 만에 참 많이도 길탈했다. 길드엔 있더라도 외부공대 뛰는 인원이 엄청 늘었고. 물론 레이드에 맛들였고 아이템 좋은 거 먹기 시작했으니, 그 이상을 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안면 씻고 다 가버리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길드가 잘 나간다. 레이드 잘 나가고 아이템도 잘 준다. 이럴 땐 구름 떼처럼 몰려들더니, 길드가 어렵다, 길드 레이드가 잘 안 된다, 이러니 썰물처럼 좌악 빠지는거다. 후... 이기심이란. 아니, 길드란 이름 자체는 중세 시절 이익 집단에서 온 것이지만, 우리 길드는 포인트제도 도입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간에 의리와 정을 중요시하는 길드다. 그래서 "처음 참여하는 길원에게 에픽 잘 준다"는 소문이 퍼져서 첫 에픽 먹고 길탈하려고 오는 놈도 있었을 정돈데...
많이 아쉽다.
이끄는 리더가 없는 조직이 원래 이렇게 약한 거 몰랐냐고? 안다.
사람들이 원래 이렇다는 거, 이기적인 거 모르냐고? 물론 안다.
다 안다. 다 아는 거지만,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당할 때마다 마음이 상한다. 가슴이 아프다. 즐겁게 레이드 뛰고 즐겁게 채팅하던 이들이라도, 이렇게 한 순간 돌변한다는 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들이 저러는 걸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 점점 저렇게 변해간다는 것이 두렵다.